교육부와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평가가 ‘자율’과는 거리가 강제평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은 지필평가와 온라인평가 중 학교가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중학교 1학년은 온라인평가만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학교마다 교육환경과 여건이 다름에도 일괄적으로 온라인평가를 강제하면서, 현장의 준비 상황과 인프라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남의 한 신도심 OO중학교는 중1 학생만 370명이 넘는다. 이 학생들이 동시에 5과목 온라인 평가에 접속해야 하는데, 학교 무선인터넷망과 태블릿PC 등의 장비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가 도중 접속 장애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지원 없이, 학교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평가 시간 분산도 마땅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먼저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문항이 유출될 가능성은 물론, 시차에 따른 불공정성 문제와 이에 따른 학부모 민원도 모두 학교 몫이 된다.

더욱이, 이 평가의 참여율이 시도교육청과 학교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초3과 중1은 의무평가로, 나머지 학년도 ‘권장’이라는 이름 아래 실적 경쟁의 틀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학교와 교사는 이미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진단하고 수업을 개선하는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 진단평가는 각 학교와 학생의 상황에 맞춰, 학교의 자율적 판단 아래 유연하게 운영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번 평가는 모든 학교에 동일한 방식과 절차를 강제하면서, 학교와 교사의 평가권을 약화시키고,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특히, 중1 학생들이 5시간 동안 태블릿 화면을 응시하며 시험을 치르는 상황은, 학업성취 진단이라는 목적에 비해 학생들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일괄 강제평가 방식은 반드시 재검토해야 하며, 학교와 교사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는 평가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